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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일본이야기

한국사람들은 정말 일본인을 싫어해? 라는 일본인 친구에 질문에.

 

 

 나, 수우판다는 일본에서 7년째 생활하고 있다. 내가 있는 곳은 일본의 홋카이도의 한 시골마을로 외국인들을 거의 만날 기회가 없는 곳이다. 내가 평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일본사람들이고.

 

 한국 티비에서는 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다룰때가 종종 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않다.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놓고 살정도의 극단적인 사람들을 일본사람들은 피하는 경향이 있기때문이다. 그 외에도 정치나 경제등의 문제에 대해 일본인들은 한국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적다. 낮은 선거율이나 직접적으로 정책에 대해 데모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만 봐도 알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내가 일본인들과 생활하면서도 반한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 사실 한국 자체가 싫으면 나와 사이가 좋아지지도 않았겠지만. )

 

 하지만 때로는 사이 좋은 사람들도 궁금해할 때가 있다.

 

 " 한국사람들은 정말 일본인을 싫어해? " 

 

 그렇지않아. 한국사람들도 일본 좋아해. 그렇게 말해주길 원해서 묻는 질문인걸 알면서도 나는 그냥 " 그런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지. " 하고 넘어가곤 했다. 그렇게 내가 이야기하면 더 이야기하는 걸 원치 않아하는 구나 그런 분위기를 캐치하고 더 이상 친구들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전,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 한국사람들이 일본인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티비에서 들으면 슬퍼져. 하지만 수우판다, 널 만나서 다행이야. 모든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을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거든. 한국사람들도 다 일본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 "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을 싫어하냐? " 라는 질문만큼 자주 받는 질문이 " 수우판다, 너는 일본을 좋아하냐? " 라는 질문이었다. (자국의 사는 외국인이 자국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궁금한건 어느나라 사람이나 마찬가지겠지. ) 지금까지는 " 일본에서 오래 산 만큼 좋은점도, 싫은점도 있어. " 라는 답변으로 피해갔지만 이날은 왜인지 술에 취해서인지 그동안 내 마음에 품어왔던 이야기를 솔직히 풀었다.

 

 " 솔직히 많은 한국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할꺼야. 부정할수 없는 사실인것같아. "

 

 친구는 얼굴이 곧 슬퍼졌다.

 

 " 우리는 바로 이웃나라인데, 이웃나라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건 슬픈것 같아. "

 

 " 이웃이기 때문에 그런거 아닐까. 먼나라인 영국, 프랑스는 한없이 동경할수 있지만 깊은 역사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웃나라 중국, 일본과는 어려운것같아. 우리가 좋아하는 유럽나라들도 서로 미워하기도 하잖아. 하지만.. 한국인으로써 내가 일본에서 7년이나 살면서,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일본인이지만.. 만약에 내가 일본에서 평생 산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 일본을 너무 사랑해 " 라고는 말할 수 없는 문제인것 같아."

 

" 한국에서는 그런것을 학교에서 배우는거야? "

 

 "학교에서는 오히려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는 하지 않아. 그냥 이런건 분위기로, 피부로 느끼는 거야.

 

 한국에서는 수요일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서 집회를 열으셔. 그분들이 돈땜에 그런다고 생각하는 일부 일본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분들은 걷기도 힘든 노인들이셔. 그런 분들이 유교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한국에서 "나는 일본의 위안부였다" 라고 말하는게 돈때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어. 그건 너희도 이해할꺼야.

 

 아직도 일본정부는 정식인정을 하고 있지 않고, 정식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분들이 살아계시는데 과거 문제라고 그냥 우리는 이웃나라라고 서로 사랑해야한다고 그렇게 말할수는 없어. 한국에는 아직도 강제로 징용당해서 간 분들이 살아계셔. 그런 분들을 우리는 보고 자라는 거야. "

 

 " 그렇구나. "

 

 " 한국도 못사는 나라가 아니야. 돈을 원하는 게 아니야. 가장 과거에 있던 일을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건 오히려 그분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야. 그런데 일본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고있고,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일본을 사랑할 수 없는거야. 한국에 와보면 알꺼야. 많은 일본문화, 일본 기업들이 들어와있어. 도쿄의 아사쿠사만 가봐도 얼마나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있는지. 무조건적으로 일본을 싫어하는게 아니야. 그냥 교육받아서 일본을 싫어하는게 아니야. 한국 사람들의 영혼속에는 슬픔이 있는거야. 그거야말로 정말 슬픔이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피해자였는데, 그분들이 멀쩡히 살아계시고 어떠한 사과도 보상도 가해자 처벌도 받지 못했는데, "나는 일본이 좋아. " 그렇게는 이야기할 수 없는거야. 아무리 내가 일본에 오래 살아도 그렇게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는 느낄 수 없는거야. "

 

 술자리의 분위기가 무겁게 되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일본인 친구 둘이 심각한 표정으로 여러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괜한 이야기를 했나, 싶기도 했지만 때로는 말해도 소용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이해해줄 것 같아서 어려운 말을 띄운거였다..

 

 

 " 있잖아. 일본인들, 특히 젊은 일본인들은 정치나 역사에 관심이 없어. 학교에서 거의 배우지도 않고, 티비만 보니 한국 사람들이 그냥 과거에 있었던 일로 우리를 미워한다고 이유없이 미워한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한국사람들이 싫은건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슬펐어. 하지만 오늘 수우판다와 이야기하게 돼서 기뻐. 이런 이야기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을 꺼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 "

 

 친구가 심각한 얼굴로 내 이야기에 답했다. 그 외에 딴 친구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찬성했다.

 

 친구들이 정말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나는 알수 없다. 정말 내가 한 이야기가 어떠한 울림을 주었을까? 아니면 그냥 날 위로하는 말로 한 소리였을까.

 

 내가 한 말이, 내 생각이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르고..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조차 이해받기 힘든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난 이때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오픈하고 싶었다.

 

 곧 일본을 떠난다. 7년간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에 정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20대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냈고, 20대 사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인 친구들이며, 많은 멘토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2살때 일본에 왔을때의 그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 평화를 사랑해 " 라는 일본인친구의 말에 " 말은 쉽지" 라고 말했던 치기 어렸던 22살의 나의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3년간 거의 매일 만났던 친구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내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녀가 듣고 싶어했던 말이 아닌, 내 진짜 마음속의 말을. 그녀를 진짜 친구로써 좋아했기때문에 그랬기때문에 말하고 싶었다.

 

 어려운 문제다. 언제 생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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