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홋카이도/홋카이도이야기

홋카이도 요리 이야기 - 부타동 ( 돼지고기 덮밥 )


홋카이도 음식 이야기 - 오비히로 부타동


 

 어느날 홋카이도의 내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밖을 쳐다보니 세진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오늘도 눈이 많이 쌓이겠네.. 이런 날은 밖에 나가지 말아야지. 하면서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더라니 이상하게 부타동이 먹고 싶어졌다. 핸드폰의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예상 적설량이 40cm는 된단다. 안돼, 이런날 차를 몰고 나갔다간 신호등을 들이받기 쉽상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타이르며 냉장고 안을 뒤적뒤적 해도 영 먹고싶은게 없다. 혹시나 해서 밖을 다시 내다본다. 여전히 눈은 내리고 있다. 그래도 달달한 부타동이 먹고 싶다. " 더 쌓이기 전에 가자! " 하고 나는 코트만 걸치고 차키와 지갑을 들고 뛰쳐나갔다. 1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눈속을 헤치고 30분만에 도착했다. 




 

 언제나 최소 10명은 줄서있는 가게이지만 오늘은 가게밖에 사람이 하나 없다. 눈치우는 가게 점원만 덩그러니 있을뿐. 


 " 영업하나요? " 하니 " 하죠. " 라는 시원한 대답. 


   부타동집의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면 코안으로 달콤한 냄새가 훅 하고 들어온다. 달달면서도 짭짤하고, 거기에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냄새와 소리까지 함께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부타동을 한국말로 그대로 해석하면 " 돼지고기 덮밥 " 이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돈부리가 유명해서, 규동(소고기 덮밥)이 많이 알려졌는데 막상 오비히로에서 부타동을 시키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온다.



 


 한국의 돈부리(덮밥)집이든, 일본의 돈부리집이든 어디든간에 보통 "부타동"을 시키면 얇게 저민 고기가 쌓인 덮밥이 나온다. ( 규동의 돼지고기 버젼) 그러나 오비히로는 다르다. 두툼한 돼지고기를 달콤한 간장소스를 발라 구워 나오는 것이 오비히로의 부타동이다. 예전에는 정말 이 동네에서만 먹었지만, 전국에서 유명해지면서 가끔은 다른 지역에서도 " 오비히로의 부타동"이라고 하며 판다. 


 부타동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숯불에 돼지고기를 굽는 방식과, 후라이팬에 굽는 방식. 숯불의 구웠을 때는 달달한 숯불향이 매력적이고, 후라이팬에 구웠을 때는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이 끝내준다. 


 지방이 많은 부위를 쓰는 집도 있고, 살코기를 쓰는 집들도 있는데 지방이 많아도 결코 느끼하지 않다. 홋카이도는 소뿐아니라 60만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축산왕국이다. 사각사각한 돼지의 지방은 광활한 홋카이도의 대지에서 커서 그런지 고소하다. 


 


 



 홋카이도에는 오비히로는 내륙에 있는 분지지형의 도시로, 우리로 치면 홋카이도의 대구라고나 할까? 오비히로는 홋카이도의 농업과 축산업의 중심지로 여러가지 음식이 발달했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부타동이다. 약 16만명밖에 안사는 작은 도시인데(우리로 치면, 서귀포시만한 크기) 부타동을 파는 집만 35개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부타동집들도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돼지고기를 까맣게 그을린다던지, 산처럼 쌓아준다던지, 특이한 부분으로 만든다던지 하면서 새로운 부타동을 창조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게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부타동은 자주 해먹는다.


 어느날 오비히로 출신의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다같이 뭘 해먹을까 고민할때 오비히로 출신 친구가 우리집 냉장고를 보고 " 부타동 해줄까? " 라고 물어본다. 


 " 집에서도 부타동을 해먹을 수 있어? " 

 " 그럼, 난 가게에서 먹어본 적이 별로 없는걸. 늘 집에서 해먹어. " 


 그의 말에 슈퍼에서 파는 부타동 소스를 떠올렸다. 고기를 구워 그런 소스를 발라 먹는걸까? 


 " 소스 사올까? " 

 " 필요없어. 만들어 먹음 되는 걸. "


 양파를 간 뒤 간장과 설탕을 척척 넣는다. 돼지고기를 잘 데운 후라이팬 위에 올려 익힌 뒤, 아까 만든 소스를 쓱쓱 발라 다시 중간불로 굽는다. 마지막으로 밥을 퍼서 구운 돼지고기를 올리고 후추를 두번 친다.


 " 어때? " 

 " 파는 것 같아. " 


 정말 파는 것처럼 달달하면서도 고소했다. 


 이러한 부타동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30년대 오비히로의 판쵸라는 가게였다. 1930년하면 역사가 짧은 음식이라 생각이 들지만, 홋카이도에 일본 본토인들이 와서 살기 시작한 것이 1800년대 후반 이었다. 그중에서도 추운 동네였던 오비히로에 사람이 제대로 살기 시작한 것은 1900년이 넘어서다. 1930년하면 아직 오비히로에 인구가 거의 없을 때므로 거의 오비히로와 같이 커온 음식이라 할 수있을 것이다.


 애초에 부타동은 규동에서 온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장어덮밥(우나기동)에서 왔다고 한다. 장어는 일본에서도 고급재료이다. 홋카이도의, 오비히로라는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에서 장어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기에 장어덮밥의 소스를 돼지고기에 발라 구웠던 것이다.


 그렇게 대체재로 만들어진 부타동이지만 이제는 오비히로를 빛내는 음식이 되고 있다. 딱히 관광이 유명하지 않은 오비히로지만 부타동을 먹으러 일본 전국에서, 때로는 외국인들조차 오비히로를 찾는다고 한다.


 달달한 부타동, 여러분도 홋카이도 가시면 먹어보시면 어떨지? 



제가 갔던 부타동 맛집 정보보기



   

 

로그인 필요없는 공감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