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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유럽혼자여행

01.캐세이 퍼시픽을 타고 파리로. 엄마와 파리 산책. 벼룩시장 구경.

01.캐세이 퍼시픽을 타고 파리로. 엄마와 파리 산책. 벼룩시장 구경.


  유럽을 가게 되면서, 나의 짠순이 성격이 또 발휘되었다. 엄마는 대한항공을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타고 가게 되었는데, 엄마가 혼자 비행기 타는 거 무섭다고 같이 타자는 걸 뿌리 치고 대한항공 보다 훨씬 저렴한 캐세이 퍼시픽을 타고 가기로 했다. 유럽여행을 가기 몇달전, 발리여행을 가면서 캐세이 퍼시픽을 탔는데 그 음식수준이며 서비스 수준때문에 너무 학을 떼고 친구랑 둘이서 캐세이 퍼시픽이 아니라 "개x이 퍼시픽이야ㅠㅠ"하면서 놀려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직전에 예약해도 200만원이 넘지 않는 캐세이 퍼시픽을 타고 홍콩을 경유하여 파리로 날라갔다. 홍콩을 경유하면서 공항에서 차차탱(홍콩의 분식점)에서 파는 클럽샌드위치(꽁쓰쌈만지)가 먹고싶어서 공항에서 시켜먹었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김밥을 고급스런 식당이나 공항 같은데서 먹는것보다는 분식집에서 먹는 것이 더 맛있듯이, 뭔가 아쉬운 맛이 낫다. 똥랭차(홍콩식 아이스티)를 쪽쪽 빨아마시며, 아쉬움을 달랬다. 

 

 


* 초반에는 소매치기가 무서워 대부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기때문에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곧 좋아지니 이번화만 인내심을 가지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홍콩 경유시 공항에서 먹었던 클럽샌드위치.


 


▲  비행기에서 내내 읽고 있었던 "언더그라운드" by 무라카미 하루키


 캐세이퍼시픽인지라 내가 볼만한 한국자막이 깔린 영화나 한국 영화도 많지 않았기때문에 비행기내내 공항에서 산 "언더그라운드"를 읽었다. 언더그라운드는 일본에서 일어난 가장 큰 테러사건중 하나인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사건"의 피해자들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터뷰한 책이다. 언제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절판되어서 기회가 없었는데, 공항 서점을 우연히 구경하다가 발견했다. 엄청나게 두꺼운데 술술 읽힌다. 다만, 테러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음울하고 어둡다. 여느 하루키 에세이의 특징처럼 심각하고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어두웠다. 한참을 읽다가 결국 4분의 3부분에서 지쳐서 쓰러졌다.

 

   뿌연 밖. 비행기는 끝없이 날아간다.


 

▲  캐세이 퍼시픽 기내식

 캐세이 퍼시픽의 기내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서울<->홍콩 기내식은 형편없다. 홍콩<->발리 기내식도 형편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홍콩<->유럽 기내식은 썩 맛있었다. 꽤 괜찮은 경양식들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까지 나눠주었다. 하겐다즈라니! 부의 상징이잖아. 처음에 승무원이 나에게 하겐다즈를 주었을때의 기쁨을 잊지를 못한다. (소시민의 슬픔..) 

 또 하나 재밌던 점은, 내가 비상구 석에서 엄청 졸아서 앞으로 고꾸라질듯이 하고 잤는데, 그 와중에 신발을 벗고 자고 있었나보다. 한발만 맨발로 자고 있는 나에게 정신을 차려보니 남자 승무원이 신발을 신겨주고 있었다. 역대 경험해본적 없는 요상야릇한 친절이었다. 


▲  드디어 파리 도착

  이때까지만 해도 두려움에 휩쌓여서 모든 돈들은 다 지퍼팬티속에 넣고, 카메라는 꺼내지도 못하고, 핸드폰은 가슴포켓에 찔러넣고 누가 나에게 다가와서 강도하는 거 아닐까 벌벌 떨고있었다. 중국,동남아에서도 자유롭게 다니던 난데, 워낙 유럽은 소매치기가 많대서 시종일관 걱정하면서 다녔다. 그 이후, 유럽을 두번 다닌 나의 결론은 중국에서 혼자 다닐정도면 유럽은 뭐..그냥 아무 생각없이 다녀도 아무 일도 안난다. 어쨌건,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엄마를 찾으러 갔다. 나는 이미 20시간 가까운 비행에 녹초가 되서 제정신이 아니고 헤롱거리는데, 엄마는 너무 멀쩡히 푹 잤다며 얼굴에서 반질반질 윤이났다. " 대한항공에서 준 스테이크가 내가 먹어본 스테이크중 제일 맛있더라 얘. " 이러는 엄마가 얄미웠다. 난 캐세이 퍼시픽 타고 왔다고...ㅠ_ㅠ 그래도 무사히 잘 만나서 택시타고 호텔로 출발. 

 공항->호텔은 멀어도 택시 이용하는 게 편할때가 많다. 짐 들고 움직이느니 두명 이상이면 비싸더라도 정말 편하고, 현지에 적응 되기 전에 길도 찾아주니까 더 좋고. 


  호텔안


 그 다음날, 파리 아파트로 자리를 옮길려고 싼 호텔을 예약했는데, 도착해보니 예약이 안되어 있단다. booking.com을 이용해서 예약했는데, 부킹닷컴을 수십차례 이용해도 이런 경우는 이 경우 딱 한번뿐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방이 있대서 묵을 수 있었다. 호텔 자체는 그냥 우리나라 모텔수준이지만, 깨끗해서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 유럽은 이런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야한다는게 너무 힘들었을 뿐.

 그날 밤, 씻고 자는데 엄마는 금새 잠들었는데 나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엄청 피곤한데 잠이 오지않아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겨우 잠이 들었지만, 금새 잠이 깨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 쌩쌩한 엄마. 호텔 앞에서.
우리엄마지만 진짜 체력좋다.




▲ 너무 더러워서 놀라웠던
파리의 지하철



▲ 파리 생투앙 벼룩시장 앞 카페에서


▲  크로아상과 커피


 우리 엄마는 안티크를 좋아하시는데, 그런 엄마를 위해서 파리에서도 제일 큰 벼룩시장중 하나라는 생투앙 벼룩시장으로 향했다. 너무 일찍 도착해버려서, 벼룩시장 앞에서 크로아상이랑 커피를 마셨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슬프게도 우리는 파리에서 내내 음식 선택을 잘못해서 맛이 드럽게도 없는 곳만 갔는데, 이 곳이 가장 맛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크로아상인데.. 어쩜 우리나라에서 먹는 크로아상과 다르지? 


▲  벼룩시장 가느라고 신난 엄마



▲  은식기들.


▲  파는 물건뿐만 아니라 가게들도 앤티크한 느낌


 우리 엄마는 워낙 안티크를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지라 이곳에 풀어두니 하루종일 돌아다닐 기세였다. 엄마는 영어도 불어도 못하지만 쇼핑에 대한 강렬한 집착으로 언어가 다 통하더라. 엄마가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아저씨가 프랑스어로 이야기해도 대충 뭔 이야기를 하는지 서로는 이해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사고 싶은게 많지만, 파리를 떠나기 전날 한번 더 오자며 엄마를 설득해서 겨우 벼룩시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 점심으로 먹은 케밥. 짜고 양이 너무 많았다.



▲ 길거리에 붙여진 손으로 그린 포스터.
너무 이뻐서 찰칵.



▲ 범퍼를 딱 대논 차량들.



 위의 차처럼 대놓은 차량이 파리 시내에서는 꽤 많았는데 ( 주차난이 심각한 것 같았다. ) 대는건 대는건데, 어떻데 차를 뺄런지 궁금했다. 나중에 유럽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그냥 범버 박으면서 나간다고... 와일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