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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홋카이도이야기

청춘18티켓으로 간 하코다테 여행 - 12시간의 기차여행

청춘18티켓으로 간 하코다테 여행.


나는 지금 현재 오비히로(홋카이도의 동쪽)에서 살고 있는데 하코다테(홋카이도의 남쪽)으로 여행을 왔다. 청춘 18티켓을 써서 (청춘 18티켓에 대한 글 click) 저렴하게 왔는데 대신 원래 특급열차를 타면 6시간걸릴 것을 12시간 걸려서 왔다 ㅋㅋ



버스(30분)->버스(1시간30분)->기차(30분)->기차(30분)->기차(30분)->기차(60분)->기차(1시간 반)->기차(3시간) 의 일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이 아득해진다. 나머지 시간은 열차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지금 간단하게 감상을 적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간 자세한 가게의 정보는 나중에 따로 올리겠다. 



오늘은 하코다테 가는 날. 어마어마한 거리를 가야하는 데 밖을 오니 눈이 온다.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눈폭풍이 아닌 걸 다행으로 알아야하나? 울면서 버스정류장까지 걸었다. 평소 10분이면 갈 거리를 눈 때문에 미끄러워서 20분도 넘게 걸어서 하마터면 버스 놓칠뻔;_;




홋카이도는 눈이 많이 온다. 근데 그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녹질 않는다.;_; 녹지 않는 눈들이 사람들이 밟으면서 얼음이 되고, 그 위에 눈이 쌓이니 엄청 미끄러워진다.ㅠ_ㅠ




드디어 오비히로역 도착. 뭘 기대했던가. 당연히 눈이 온다… 그 거리 버스 타고 왔다고 눈이 안올리가.



우청춘18티켓으로 원래 오비히로에서 출발하는 보통열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열차대신 현재 8월의 태풍의 영향으로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행버스를 타고 중간역인 토마무까지 간다. 버스라서 음식물도 판매하지 않고, 화장실도 없기 때문에 미리미리 다녀왔다.




이게 바로 청춘 18티켓. 근데 분명 버스 타면 도장 찍어준다고 그랬는데 안찍어준다… 심지어 아무도 티켓도 확인도 안한다.


버스가 3대가 준비되어 있는데 4열이라서 이 좁은 자리에 둘이서 앉아야하나 ;_; 고민하며 있는데 한사람이 두자리 차지하고 앉을 수 있도록 아예 그렇게 버스 배정을 해놨다. 버스안은 조용하다.. 그리고 눈이 온다. 또온다. 계속온다… 나는 하코다테까지 갈 수 있을까?




드디어 1시간 반이 걸려 토마무역 도착. 토마무는 늘 고속도로 이용할 때 차로만 지나갔지 역이 이렇게 생긴지 처음 알았다. 무인역인데 태풍에 대한 영향 때문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근데 눈이와서 그런지 왜이렇게 ㅋㅋㅋ 피난가는것같지…



토마무역에서는 정말 많은 중국인이 탔다. 몰랐는데 스키로 유명한 동네인가보다. 역시 열차는 쾌적하군. 참고로 이 열차는 특급열차로, 원래는 청춘 18티켓으로 탈수 없는 등급의 열차다. 그러나 홋카이도의 신토쿠~신유바리 역은 아예 보통열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특급열차를 탈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있다. 신난다… 그러나 40분간의 짧은 행복이다^^;


이것이 보통 열차. 큰 역에만 서는 특급열차와 달리 각역을 다 정차한다. 당연히 속도도 느리고,화장실도 없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상태가 좋아서 만족. 나는 예전에 후라노->오비히로 열차를 탄 적이 있었는데, 의자 배열이 우리 지하철 같은 배열이었고 굉장히 추웠는데 이번 여행에서 타는 열차들은 다 따뜻하고 의자도 편해서 대만족이다. 

20살즈음에 jr패스로 일본 전국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특급열차를 탈 수 있는 패스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보통열차를 타기도 하고 야간열차를 타기도 하며 후쿠오카에서 홋카이도까지 갔다가 다시 도쿄까지 내려왔다. 21일짜리 패스를 끊어서 알차게도 다녔다. 그 당시 개 고생이다 하고 다녔는데… 지금 이렇게 고생하는 기차여행을 하니 그때 기억이 정말 무럭무럭 난다. 


 친구랑 같이 자전거로 달렸던 35도의 카고시마 사쿠라지마(그래서 죽을뻔 했다.), 처음으로 가본 아사히야마 동물원, 우연히 오사카의 호스텔에서 보게 된 한일전, 그리고 후라노에서 오비히로까지 달렸던 불편했던 기차까지… 하나하나 내 영혼에 스며들었다.


어려서 감수성이 풍부했으니 그랬을꺼라고 생각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 혼자 고생하는 여행을 다시 하면서 그때 그 느낌이 난다. 그동안 너무 몸 편한 여행만 했던 게야.



 

한참 기차를 타고 달리니 어느새 눈이 그쳐있다. 오비히로는 분지라서 마치 대구처럼 홋카이도안에서는 더운 편이고 겨울에는 유난히 춥다. 아침에 오비히로에서 버스타러 걸어갈 때 뺨이 찢어지는 줄 알았는데, 확실히 다른 지역은 따스한지 유바리만 왔는데(150km정도 떨어져있다) 따스해서 목도리도 필요없었다.(사진만 보면 엄청 추워보이는데 우선 오비히로는 강이 꽝꽝 얼어있다. 이정도면 홋카이도 치고 따스한거다 ㅋㅋ)  이대로라면 더 따스한 하코다테에선 진짜 목도리가 필요없을 듯 하다.





기차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와 똑같이 사진기로 열차사진을 심혈을 기울여 찍고 계신 분들이 두분더 있다. 일본을 기차로 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철도 덕후분들을 많이 만난다. 그분들은 특급, 신칸센, 보통열차 어디든지 나타나신다. 하나하나 사진을 찍고 기록하며 각 역에서 에키벤(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먹는 그들에게서 뭐랄까 숭고한 전문가 정신을 느낀다.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오타쿠 라고 하면 뭔가 안좋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여전히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매니아라고 인식이 많이 좋아지기도 했고, 예전에는 혼자서만 즐기던지 주변 사람들과만 공유하던 문화가 인터넷의 발달로 내가 전파할수 있게됐으니.


나는 물론 여행 덕후다. 여행을 위해 살고 여행을 위해 먹고 여행을 위해 자는 듯.




홋카이도 여행을 오시는 분들 중에 “ 어디가면 예쁜 눈밭을 볼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겨울에 비에이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홋카이도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갸웃거린다. 예쁜 눈밭은 시내만 벗어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달리는 내내 창밖으로는 마치 사진처럼 아름다운 눈 풍경이 지나간다.




드디어 도착한 토마코마이. 여기까지는 쉽게 온 느낌이다. 배가 고파서 역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쇼가야키 셋트(돼지 생강구이 백반) 580엔. 음료수까지 따라오니 정말 괜찮은 가격인데 결정적인 돼지고기가 맛이 없다.ㅜ 그에 반해 포테이토 샐러드는 내가 먹어본 포테이토 샐러드중 가장 맛있었다.  그래서 참고 다 먹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기차를 타러 갔는데 이게 웬일. 지금까지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플랫폼에 학생들로 가득 넘쳐난다. 토마코마이는 홋카이도에서도 큰 도시중에 하나다. (그리고 홋카이도 도시중 멋없는 도시중 하나다. 토마코마이, 무로란등은 공업, 무역도시로 별거 없어도 예쁜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삭막하다. ) 그래서 주변의 학생들이 이걸로 통학하는 모양이다.


한참 가다보니 학생들도 다 내리고 기차에는 나 홀로 남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기차가 달려간다. 마치 은하철도 999에 탑승한 느낌이다. say something 을 들으며 어둠을 보면서 계속 달렸다.


드디어 엉덩이가 아파질때쯤 하코다테 도착. ^^ 12시간의 기차여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너무 신나서 미친 사람처럼 역에서 셀카를 계속 찍었더니 사람들이 미친 사람 쳐다보듯 한다.. ( 죄송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코다테 여행은 이제 시작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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