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내가 홋카이도 시골에서 7년이나 살게 된 이유 본문

홋카이도/홋카이도이야기

내가 홋카이도 시골에서 7년이나 살게 된 이유

수우판다 2014.10.16 23:30

 

 나는 홋카이도에 온지 7년이 됐다. 내년 3월에 무사히 한국에 돌아간다고 하면 중간에 1년 잠시 한국에 돌아갔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꼬박 만 6년을 홋카이도에서 지낸 것이다. 20대의 대부분을 홋카이도의 오비히로라는, 인구 16만명의 작은 도시에서 보내게 된 데에는 이유가 크지 않았다. 그냥 어쩌다가... ㅠ_ㅠ

 

 

 

 내가 사는 오비히로는 홋카이도에서 그나마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도시 삿포로에서 차로 3시간 반은 떨어져있는, 거의 서울 대구 수준의 거리만큼 떨어져있는 도시다.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도 조금 낯설고, 심지어 일본인들도 홋카이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 응..? 거기가 어디 ? " 하고 묻는 사람도 적지 않을 정도. 보통이라면 왠만한 여행자도 안 올곳에서 내가 7년이나 살게 된건 한 만화의 영향이었다.

 

 

  dr.스쿠르. 홋카이도 대학의 수의과 학생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만화인데, 이 만화에 중고등학생때 빠져 수의사가 되겠노라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배경이 된 홋카이도 대학을 가야겠다! 싶었던게 21살쯤의 어느 여름. 그리고 실제로 홋카이도 대학을 가보니..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 홋카이도 대학은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이라 일부 건축물들은 쪼~꼼 낡았다. 특히 수의과대학 건축물.. 아직 21살이었던 나의 어린 마음에 그렇게 보였다ㅜ_ㅜ) 그리고 내가 있는 오비히로 축산 대학을 와보니 건물은 물론이고 직원들이며 교수님들까지 너무너무 친절하고 멋지고 다들 프로페셔널 해보였다.

 머...머있어+_+

 홋카이도 대학과 오비히로 축산 대는 시험 날짜가 같다. 대학에 두번째 들어가는 주제에 학교에 대한 깊은 생각보다는 견학가서 본 인상으로 대학을 정해버렸다. 아직도 기억난다. 그 정할때의 완전 가벼운 마음.. 대충 정했다. "학교도 좋으니 생활도 즐겁겠지? " 정말 그런 마음으로 대충정함..ㅠㅠ

 

 오비히로로 시험을 치러 간 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지금 생각하면 흔한 홋카이도의 날씨였지만, 처음 홋카이도에 온 나로써는 깜짝 놀랐다. 왠지 안좋은 예감이 들고 " 괜찮..을까..면접 잘 안돼면 어쩌지ㅠ..." 했는데!

 

 나는 당시 일본 곳곳의 수의대 면접을 보고 거의 마지막으로 오비히로에 온 것이기 때문에 대학 면접에는 익숙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교수들이 좋아하는 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교수들이 싫어하는 구나. 그래서 면접들어갈때는 눈보라의 불안함을 싹 잊고 당당하게 들어갔는데! 그랬는데!!

 

 아니나 다를까. 탈탈 털렸다.ㅠ 당시 나를 면접한 사람중에 한명은 당시 학장이었는데, 어찌나 비꼬고 날 미워하는 것 같은지. 면접실을 나오면서 입술을 깨물면서 울면서 뛰쳐나왔다. 오죽하면 시험안내를 도와주는 학생이 " 괜찮아요? " 하고 물어볼 정도. 나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한참을 울었다. 학교 건물에서부터 버스정류장까지 눈이 펄펄오는 가운데 엉엉 울면서 걸어왔다. 떨어지겠구나!

 

 그래서 마음을 아예 싹 접고 나는 이미 붙은 큐슈에 있는 다른 대학을 가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는 합격자 발표날도 까먹고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고 있던 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 오비히로 축산 대학인데요, 등록 하실꺼예요? "

 합격자 발표도 안봐서 뭔 일인지 몰랐던 나는 우선 미장원에서 컴퓨터를 빌려(당시에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었다ㅠ_ㅠ 그렇다 나는 스마트폰이 없는 시절부터 이 동네에 유배를 와 있다 ) 확인하자 정말! 합격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큐슈에 있는 대학에 가기로.. 거기는 서핑써클도 있고 한국까지 오는 직항도 있고 중얼중얼. 그렇게 말할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다시 전화왔다.

 " 오비히로 축산 대학인데요, 등록 하실꺼예요? " 
 " 저.. 사실은.. "  
 " 등록 하실꺼죠? " 
 " 아...네 ... "

 일본 사람 답지않은 박력으로 "당연히 등록할꺼지?! " 압박을 받은 나는 파마 빠글빠글 말아가는 도중에 인생의 큰 결정을 하게 된다. 그때는 몰랐지.  내 20대의 6년을 일본의 홋카이도에 아무도 모르는 오비히로라는 깡촌에서 살게 될줄은. 아니 알긴 했는데 이런 생활들이 기다리는 줄은 몰랐다.

 

 

 난 추운 것도 싫어하고 시골도 싫어하고 한국에도 자주 갈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생활하고 싶어한 아이였는데, 국제공항까지 3시간은 차로 가야하고 겨울에는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며 장보러 갈때는 차없으면 힘든 그런 깡시골로 유배를 오게 되었다

 

 

 

 

  

 

35 Comments
댓글쓰기 폼